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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지하철에서 만난 할머니
어느 날 저녁 늦게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고 있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이라 그런지 많이 지쳐있었다.
노약자석 바로 앞에 서서,
손잡이를 잡고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후 누군가 나를 톡톡 쳤다.
무슨 일인가 눈을 떠보니 노약자석에 혼자 앉아 계시던 할머니였다.
할머니께서는
"아니, 피곤하면 앉아서 가지. 빈자리 놔두고 왜 서서 가!"
라고 말씀하시면서 나를 잡아당겨서 옆자리에 앉히셨다.
'마음 따뜻해지는 꾸중'이었다.
그 일이 있고 몇 달 후에 비슷한 경험을 또 하게 됐다.
이번에는 내가 지하철 좌석의 끝자리에 앉아서 가고 있었다.
주위가 소란해서 눈을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
바로 내 앞에 서있는 대학생 같은 사람이 술에 완전 취해서,
머리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리고 있었다.
지하철 안은 사람들이 꽉 차 있어서,
그 학생이 비틀거릴 때마다 여기저기서 짜증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지켜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그 학생을 내 자리에 앉혔다.
가장자리에 있던 자리라서,
옆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한쪽으로 기댈 수 있었다.
물론 나는 그 후로 한참을 서서 갔다.
지난날, 지하철에서 만났던 할머니가 어떤 심정이었는지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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